〔기고문〕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넘어 미래로
뉴스브레인 김기태 대표기자 | 입력 : 2025/10/05 [22:20]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넘어 미래로
(기고자 : 최문용 한국경영혁신협회협동조합 이사장 / 전 청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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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용 한국경영혁신협회협동조합 이사장 / 전 청운대학교 교수.(사진은 최문용 교수 페이스북에서 가져 옴) © 뉴스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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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내 고향에 기부했더니, 한우세트가 왔다”는 말이 회자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본래 취지는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 균형발전에 있었다.
그러나 시행 2년 9개월이 지난 지금, 기부의 공익성보다는 답례품의 소비가치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기부금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고가의 특산품 경쟁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도·농 간 재정 불균형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제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가?” “지방과 기부자 간의 관계는 지속가능한가?”
지금이야말로 이 제도를 답례품 중심의 소모성 기부에서 미래지향적 구조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대안으로 “고향사랑기부제 지역투자포인트제”를 제안한다.
기부자가 일정 금액을 지자체에 기부하면 일부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으로 보상하되, 나머지는 ‘지역 투자 포인트’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부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의 이해관계자로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 이용권이나 지역상품권 전환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지자체는 단기적 답례 경쟁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지역 경제 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수 있다.
실제 일본의 고향납세제(ふるさと納税)는 이미 답례품을 넘어 지역 교육, 농촌 일손 돕기, 청년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사회적 연계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더 늦기 전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기부는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온 이래 가장 오래된 윤리적 계약이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전 헌납, 중세 기독교의 십일조, 불교의 포시(布施)는 모두 공동체를 지탱한 근간이었다. 근대에 들어 기부는 사회 개혁과 공동 선(善)의 실현 수단으로 확장되었고, 오늘날에는 시민사회·기업·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제도적 틀로 진화하고 있다.
기부는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법보다 오래 지속되는 연대의 힘이 된다. 그것이 기부가 지닌 인간다움의 본질이다.
사회교환이론(Homans, 1961)에 따르면 기부자는 보상에 대한 기대 속에서 기부를 결정한다. 내적 보상(즐거움·만족감·행복감)과 외적 보상(답례품·세제 혜택·사회적 인정)은 기부행동의 중요한 동기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물질적 보상보다 칭찬, 감사 인사, 기부 인증서와 같은 사회적 보상이 기부 태도를 더욱 높인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고향사랑기부제도 기부자의 장소 정체성과 애착을 자극하고, 사회적 인정과 감사의 문화를 제도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특히 기부 경험이 적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참여 모델이 절실하다.
많은 이들이 고향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진학과 취업으로 도시에 나가 납세를 한다. 그 결과 도시 지자체는 세수를 얻고, 고향 지자체는 빈손으로 남는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을 길러준 고향에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제도다.
이번 추석에는 고향을 찾는 발걸음 속에 작은 기부의 정성을 함께 담아보자. 답례품보다 더 큰 보람은 고향에 대한 애정과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돌아올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소비를 넘어 ‘미래’를 선물하는 제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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